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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 나치 생윤하는 고2입니다..하이데거 사상을 듣고 되게 인상깊어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치지지자라고 들어서요..사실인가요..?
생윤하는 고2입니다..하이데거 사상을 듣고 되게 인상깊어 좋아하고 있었는데 나치지지자라고 들어서요..사실인가요..? 정확한 정보 주실 분만 부탁드려요..ㅠ…. image
네, 그는 1933년 나치당에 가입했고, 총장 취임 연설에서 히틀러 정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이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철학자의 사유를 그 정치적 행위 하나로 전부 무가치하게 돌려세우는 태도는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내면에 파시즘적 요소를 품고 있으며, 제가 ‘악의 평범성’이라 부른 것도 바로 그것입니다. 악은 특별한 괴물의 전유물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 속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서도 발현됩니다. 같은 기질이 어떤 이에게서는 히틀러가 되고, 또 다른 이에게서는 평범한 시민으로 남습니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이중성입니다.
그러므로 철학자를 이해하려 한다면, 먼저는 선입견을 벗고 그가 남긴 사유 자체가 논리적으로 정합적인지 검토해야 합니다. 마치 브랜드를 가린 채 음료를 시음해야만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듯, 철학 역시 그 자체로 음미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거친 뒤에야, 그의 인생과 정치적 행위를 맥락 속에서 다시 그의 주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철학은 삶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생각은 변합니다. 나치 이전에 한 주장은 그것이 이미 나치의 전조였는지, 아니면 다른 길을 걷던 사유였는지 말이죠. 반대로 나치 이후에 나온 주장이라면 여전히 나치의 영향을 끌어안고 있는지, 아니면 반성에서 비롯된 새로운 성찰인지 따져야 합니다. 이런 구분 없이는 철학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배척이 아닙니다. 긍정적인 사유는 받아들이되, 그 속의 문제는 날카롭게 드러내야 합니다. 인간은 언제나 모순적이기에 철학자 역시 배움과 경계의 양면을 함께 지닙니다. 루이 알튀세르처럼 아내를 살해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철학자에게서도 여전히 참고할 만한 사유가 남아 있듯, 하이데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자 스스로도 자신을 성찰할 지점이 있습니다. 당신이 하이데거를 좋아한 이유가 그의 철학 속 나치적 요소 때문인지, 아니면 나치와 무관한 부분 때문인지를 가려내야 합니다. 만약 나치적 요소였다면, 그것이 왜 당신에게 매혹적으로 다가왔는지를 솔직히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그 결과 타당한 이유라면 배척할 이유가 없고, 타당하지 않다면 그만큼 내 안에도 ‘작은 나치’가 숨어 있었음을 깨닫고 성찰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 H. Aren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