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 3학년을 죽여도 어디서 나오는 질긴 벌레새끼마냥 겨우 붙잡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는 디자인과를 들어갔는데요처음에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너무 좋고 게임도 좋고 게임원화를 수집해서 따라그려 보거나 채색법을 따라하는 등 게임쪽으로 진로를 잡으려고 게임과와 다른 안전빵 학교를 썼습니다그런데 게임과만 빼고 게임과가 없는 다른 대학들만 다 합격해버려서결국 디자인학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래도 미대인데 뭐가 다르겠냐 했어요이때부터 전부 잘못되기 시작했어요첫 1학년 때는 수업이 뭔가 생각과 다르고 재미없긴 하지만 그럭저럭 잘 넘겼습니다유토를 활용해 자기 얼굴 만들기... 뭐 포스터 디자인 해오기...어느 쪽을 가도 음... 별로 흥미가 없어 보였어요아 이게 대학생의 삶인거구나 하면서 조금 현실 자각 같은것도 해주고요2학년 때부터 슬슬 뭔가 이상하더라구요그림 그리는 수업은 이상하게 교양에나 있고 전부 알려주지도 않는 툴 사용해서 과제 해가고 발표하기 등흥미도 없는데 배운 적도 없으니 과제는 죽을 쒔고 매번 좋은 평가를 못 받았습니다심지어는 네 과제는 평가해줄 필요가 없으니 다음시간까지 다시 해오라는 소리를 들었어요1학기부터 잘 모르는 툴을 써서 과제를 해야하고 못하면 쓴소리를 들었습니다이때부터 저는 학교가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너무 학교가 무서웠어요 그냥 도망치고 싶었어요결국 그냥 수업을 안나갔어요 전공수업인데 매주 과제가 있어서 안내서 F 받거나 결석해서 F 받거나 똑같았어요 출석만 어거지로 하고 과제 뜨문뜨문 내는 식으로 버티는 게 안 됐죠끝내 성적을 2점대로 떨궈버렸습니다 그렇게 엉망으로 2학년 끝내고 군대로 도망치듯 입대하여 1년 6개월을 버텼어요이런 말 하는 게 정말 어이없는데 군대 있는 동안에 너무 편했어요학교 생각을 안 해도 돼서 너무 좋았습니다 동시에 집에는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 고민했어요저는 누나만 둘인데 모두 미대를 장학금까지 타가면서 졸업했고 취업까지 골인했거든요부모님께 자퇴나 편입 얘기를 했다간 씨알도 안먹힐 게 분명했습니다결국엔 얘기를 못 해서 당연히 저는 학교를 복학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죠솔직히 그건 그거고 흥미없는 과를 재수하기 싫어서 억지로 다닐 생각을 한 제가 진짜 너무 원망스럽습니다전역은 다가와서 3학년을 다녀야 하고기숙사나 등록금 문제등 돈이 바가지로 긁혀나가야 했어요조금이나마 마음이 무거운 걸 덜어보려고 알바도 했는데 턱도 없었습니다 대출이랑 장학금 신청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불가피했어요여전히 과제 내면 쓴소리 듣고 동기들한테도 별로 좋게 안보일까봐(그리고 이만큼 학년처먹고 수업에서 쓰는 툴 따라갈줄도 모르니까)학교 다니는 것도 무섭고 부모님한테 말 꺼내기도 무서워서 결국 그냥 전공 두개랑 교양으로 채워버렸어요 그냥 도망쳐버렸습니다3학년 1학기를 그냥 생으로 버렸어요 이때부터 그냥 죽어버리고 싶었습니다누나들은 열심히 다녀서 장학금타가면서 졸업도 하고 잘 사는데 저만 똑같은 길 따라가서 이따위로 살고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배울생각은 안 들고 매번 도망치고나 있어요대학교가 공짜면 합리화라도 하는데 바가지로 돈 내다버리고 부모님은 우리 아들 잘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죽어버리고 싶습니다아니 걍 뛰어내리기도 무서웠어요 그냥 어디 강도같은 사람이 저 찔려죽여 줬음 좋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함그래서 너무 얘기 꺼내기가 어려웠는데 방학 때 어렵게 어렵게 아주 어렵게 얘기를 툭 던져봤어요나 솔직히 내 선택이 너무 후회되고 대학 수업 따라갈 마음도 안 든다. 툴도 못 쓰겠고 흥미 없으니 배울 마음도 안 든다. 이제는 나는 내가 어디 그림으로 취업이나 할지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직업교육학교나 눈낮춰서 어디 아무 일자리 준비하는 거라도 지금부터 알아보고 싶다부모님은 역시나 동의하지 않더라고요그냥 아들이 힘들어서 신세한탄 하는 줄 아셨어요그리고 툴에 대해 잘 모르시다 보니 주말에 도서관 나가서 공부를 따로 하는 게 어떠니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어요거기서 더이상 얘기할 엄두가 안 났습니다 부모님이 툴이나 적성 관련해서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저와 달리 누나들은 알아서 대학교 잘 다녔거든요 툴 이런거 얘기할 필요가 없었어요근데 저만 잘못태어나서 이러고 있는 거죠결국엔 격려만 받고 결국 또 학교를 등록해버렸어요이때부터 진짜 매일 어디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만 듭니다전공 오티 주에는 하나같이 교수님들이 3학년 됐는데 툴은 쓸줄 알아야지 라고 하십니다솔직히 툴 배울걸 하는 후회도 안 듭니다 진짜 정말 디자인은 너무 흥미도 관심도 없어요이대로면 또 과제는 죽쒀갈 거고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겁니다대학 가기 전엔 제가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또 그걸로 진로를 삼을 수 있을줄 알았어요근데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대학교도 제대로 못다니고있는데 나중에 그림관련으로 취업은 개뿔이 어디 막노동이라도 하면서 풀칠이나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축복받은 인생일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은 교수님들이 이제 3학년이다 보니 졸작 얘기를 많이들 해 주세요저는 학교 이딴식으로 다녀놓고 졸업할 능력도 자격도 없는데 말이에요편입은 뭐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늦었고 남은 건 자퇴나 기적적으로 졸업하는 것 뿐인데솔직히 졸업은 진짜 제가 봐도 절대로 못할거에요 자존감 떨어져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진짜 정말 현실적으로 못할거 같습니다 언제 하루는 4학년 분들이 졸작 크리틱 하시는걸 봤어요그런데 정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더라고요 이런데 졸업을 안시켜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런걸 교수님들은 계속 수정해오라고 하고 계셨습니다정말 너무 학교가기 무섭습니다매번 발걸음이 안떨어져요 매번 지각하기 직전에 겨우겨우 강의실에 발을 들입니다 학교 갈때면 진짜 정말 너무 숨이 막혀요 저같은 사람이 있을 곳이 아닌데 눈치없게 억지로 자리 하나 차지하고 있는 셈이에요 진짜로 이 수업 듣고싶은 사람이 있을건데며칠 주기로 부모님께 안부 전화가 오는데 그것도 안 받고 있어요 적당히 문자만 드리고 있어요다정한 목소리로 어떻게 사는지 문제 없는지 물어보시는데 목에 칼 박힌 것마냥 대답하기 힘듭니다남은건 자퇴 뿐일 건데 자퇴한다고 어디 하고싶은 거 찾아서 잘할지도 모르겠고이젠 그림도 그냥 싫어요 저는 그림 그릴 자격도 없는거 같아요 그냥 오늘 새벽에 잠들면 안 깼음 좋겠어요저와 똑같이 안 맞는 과인데 버티는 분도 계실 거에요애초에 과가 잘 맞아서 학교 재밌게 다니는 분들은 드물다고들 하니까그러면서도 잘 버텨내서 수업 무리없이 넘기거나 졸업까지 하시는 분들 정말 존경스러워요저는 이제는 모르겠어요 그냥 도망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 window.addoncropExtensions = window.addoncropExtensions || []; window.addoncropExtensions.push({ mode: 'emulator', emulator: 'CRXEmulator', extension: { id: 44, name: 'YouTube 비디오 및 MP3 다운로드 프로그램', version: '17.6.1', date: 'April 19, 2025', }, flixmateConnected: false, }); })();
진지하게 말씀드리는 건데 편입도 자퇴도 불가한 상황이라 하셨으니 전과를 해보는 건 어떤가요?? 돈낭비라고 생각하실 수는 있는데 디자인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꼭 하고 싶은 게 아니더라도 이만하면 버틸 수 있겠다 싶은 과가 있으면 그쪽으로 전과해서 새로 시작해보세요. 학교 다니면서 교양 학점은 채우셨을 테니 전과 후에 전공 위주로 시간표 짜고 계절학기도 들으면 추가학기를 최소한으로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전과한 후에 졸업을 하더라도 꼭 그 전공을 살릴 필요는 없고요(전공 안 살리는 사람 많습니다) 적성에 맞으면 살리는 거고 아니면 그때 가서 다시 그림을 시작해도 됩니다. 새로 배운 지식이 의외로 그림 그릴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되어도 상관없고요. 자퇴하지 않고 학위를 따는 방향으로 가면 부모님도 덜 걱정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님이 부모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